사진, 카메라, 문화 - 자발적 곤궁 자랑하기 자기탐구일지 2010

  

1. before & after
사진은 며칠전 머리를 자르기 전/후 인증이다. 단지 모자를 쓰고 벗은 것처럼 보일수도 있겠지만 분명 뭔가 다르긴 다른 거다!! 착한 사람 눈에만 보여요!! ㅋㅋㅋ 한달 전쯤 파마했던 게 영 맘에 안 들어서, 거의 울다시피 ㅠㅅㅠ 했기 때문에 미련없이 다듬어버렸다. 보통 머리 하고 나면 대개 만족하는 편인데, 거의 최초로 엉엉 울었다 ㅠㅗㅠ 으잌 내돈 ㅠㅗㅠ 남들은 괜찮다고 했지만 내가 싫어서 ㅠㅗㅠ

2. 사진찍기
내 블로그를 꾸준히 보아오신 분들은 알겠지만 요즘 짤방이 알차지고 있다.(음... 이런류의 셀카 짤방은... 역효과일지도 모르지만...) 그냥, 집 앞에 잠깐 나갈 때도 카메라를 늘 들고 다닌다. 집 안에서도 무언가 재미있는 화면이 캐치되면 바로 카메라를 찾아 든다. 막상 올리는 건 귀찮아서 천천히 포스팅할 예정이지만, 그냥, 일상의 소소한 것들을 관찰하고, 구도를 잡아 프레임에 잡고 하는 일들이 재미있다. 글 쓰는 것도 마찬가지 아닌가. 관찰, 관점, 표현. 수단만 조금 다를 뿐이다.
싸이월드 할 때도 이렇게 열심히 사진 찍어서 올리진 않았는데, 블로그는 사진과 글을 함께 편집할 수 있어서 더 재미가 있는 거 같다. 어쨌든 내 본분은 글쟁이(이고싶으)니까, 사진만으로는 부족하다. 그정도로 잘 찍지도 못하고.

3. 카메라와... 고급문화?
내 카메라는 2008년 가을에 산 캐논 익서스 90 IS 다. 그 당시 나온 캐논의 똑딱이 중에서는 가장 최신이었고, Image Stabilizer라는 카피를 내세운 익서스 시리즈가 한창 인기였던 것 같다.(지금도 여전하지만!) 특별히 카메라에 대해 잘 알지도 못했고 욕심이 있던 것도 아니어서 그냥 남들이 추천하는 거, 베스트셀러로 샀고 지금도 아주 잘 사용하고 있다.
다만 똑딱이를 쓰다보니 제일 아쉬운 건 화각이 안 나온다는 거다. 인물사진에는 문제가 없지만 담고 싶은 풍경을 놓쳐야 할 때는 참 아깝다. 그리고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시작한 이후로 생긴 문제가 또 하나 있는데... 취재할 때 ㅠㅗㅠ 어린 여자애가 똑딱이 들고 기자입네 설치면 진짜... ㅠㅗㅠ 무시한단 말이다. ㅠㅗㅠ 개선되어야 할 점이지만 현실은 시궁창 ㅠㅗㅠ (요즘은 전화 인터뷰 할 때도 학생이라고 굳이 밝히지 않는다. 목소리가 나이들어 보이는게 다행?!)
그래서 DSLR을 하나 장만할까 생각도 했다. 사진 강좌도 들으러 다니고, 조금이나마 알아보기도 했다. 그런데 도저히 불가했다. 일단 기본 100만원이 그냥 넘어가는 바디와 렌즈들과 또 무슨무슨 이름도 복잡한 기타 장비들. 카메라는 일단 눈 뜨는 순간부터 돈덩어리랬다. 대학 다닌다고 서울에 나와 살며 등록금과 생활비로 연 2천만원씩 꼬박꼬박 부모의 소득을 축내고 있던 나로선, 그 돈을 마련할 길도 없었고, 엄마한테 사달래기도 미안했다. 또 굳이 꼭 필요한가 싶기도 했고. 결국 포기했고 아직까지도 내 알바비를 보태 산 30만원 남짓의(이것도 사실 결코 싼 건 아니다) 자동카메라 한 대로 사진을 찍고 있다. 나는 똑딱이로 찍은 내 사진들이 마음에 든다. 손재주는 별로지만 전체적인 구도를 잡는 건 그런대로 해내는 것 같다. 하하하.

아니 그래서, 말하고 싶은 건 뭐냐면, 문화라는 게 죄다 너무 고급이 되어가는 거 같다. 빌어먹을! 사전적 정의는 모르겠다만 문화는 그냥 삶의 양식이고, 작은 낭만이고, 여유고, 인생의 즐거움이고, 그냥 그런 것 아닌가?

요즘 주류의 문화인이 되려면 무얼 갖춰야 하는지 생각해 보자. 일단 앞서 언급한, 기본 100만원이 그냥 넘어가는 그런 카메라들을 한두 대쯤은 가져야 한다. 여름마다 십몇 만원을 오르내리는 값비싼 락 페스티벌에 가줘야 한다. 수만 원이 훌쩍 넘는, 화제의 뮤지컬과 연극도 필수다. 주말에는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2-3만원 하는 브런치를 먹으면서 시간을 보내고, 쇼핑은 도산파크 편집숍에서 한다. 명품으로 전신을 휘감지는 않더라도, 지갑이나 가방 정도는 신경써줘야 한다. 그게 나의 가치를 높이는 투자니까. 혼다나 할리데이비슨의 바이크도 장착 필요. 여름 휴가 때는 유럽이나 뉴욕으로 떠나서 유명 미술관들을 돌아다니며 영감을 얻는 것도 잊지 않는다. 돌아올 때는 트렁크 가득 면세점 쇼핑도 잊지 않고. 아, 생각만 해도 숨이 막힌다. 이렇게라면, 난 그냥 문화인 안할란다. 아니, 못한다. ㅠㅗㅠ

비주류를 표방하거나 서브컬쳐를 사랑하거나, 암튼 그렇다고 해도 상황은 특별히 낫지 않다. 아마 자본주의가 쳐놓은 미로에서 빠져나가는 게 쉽지 않아서 그렇겠지만, 안타까운 일이지만 말이다-. 체 게바라가 그려진 스타벅스 컵을 본 적이 있는가? 내 주변에 체 게바라를 읽고, 그의 티셔츠를 입고 다니는 사람이 한 명 있었는데 그는 철저하게 자본주의를 인정하는 친구였다.(도대체 왜 체 게바라를 좋아하는지? 그의 수염이 좋아서?) 가끔 내가 조금 진보적인 주장이라도 할라치면 너무나 완고해서, 진짜 감정이 상한 적도 많을 정도로 극히 강경한 친구였다.(아- 이건 사상보다는 성격 문제일지도 모르지만) 자본은 자신을 부정하던 체 게바라조차 티셔츠에 그려서 팔아먹는다. 이렇게 비주류, 서브컬쳐라는 것도 결국 주류에 식상해진 사람들에게 던져지는 하나의 떡밥이 되어버릴 뿐-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렇게 또 하나의 무기를 빼앗겨버리나- 하는 안타까움이 크다. 신촌도 처음에는 저렇지 않았고, 홍대도 저렇게 세련되고 상업적이진 않았는데- 한 번 자본의 맛을 본 거리는 두번 다시 조용한 골목길이 되기는 어렵다. 너무 아깝다.

내 또래의 스물 몇 살 여대생이 한 달에 화장품값으로 40만원을 지출한다는 잡지의 인터뷰(당시 우리집 월세보다 비싸다!)며, 겨울방학 때 미국으로 여행가서 호텔비와 쇼핑 등으로 근 천만원을 썼다는- 잠실 사는 같은과 친구며, 진품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열에 일고여덟은 구찌, 루이비통을 들고 다니더라는, 백화점 알바하던 내 친구의 증언이며- 현실은 아찔하다. 빌어먹을.

솔직히 나도 엄청 검소한 편은 아니다. 돈에 그닥 많이 구애받지는 않으며 하고 싶은 대로 거의 다 하고 살았다. 먹고 싶은 거 다 먹고, 사고 싶은 것도 다 사고. 그래도 "착한 가격"이라며 십몇만원짜리 옷을 당장 질러야 한다는 잡지에는, 그냥 헛웃음만 나온다. 적게는 수십, 많게는 수백만원대의 상품을 매달 소개하는 고급잡지의 편집장이 "솔직히 나도 내가 소개하는 물건들을 살 능력은 안 되지만, 언젠가를 위해서 눈을 높여 놓을 필요가 있지 않을까"라고 주장하는 것에 어이가 없기도 했다. 비주류라며, 스트리트 매거진이라며, 소개하는 상품들은 5만원 짜리 티셔츠, 30만원짜리 청바지인 모 잡지에 대해 화가 난다. 나는 비싼 DSLR 카메라도 하나 없고, 10만원이 넘어가는 가방은 가져본 적도 없으며, 아마 평생 마이카를 몰 수 없을 거 같으니-

인터뷰집 <요새 젊은 것들>에서, 아마 한윤형이었나, 돈이 없는 20대가 연애를 못한다는 얘기를 담은 <한겨레21> 기사를 비판하며 "우리 꼭 고급 모텔 가서 섹스해야 하나?"라고 말했었다. 그 때는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안 됐는데, 요즘 들어 현실파악 하고 나니 알겠다. 예전에 나는, 지금은 학생이지만 나중에 돈 벌면 외제차도 사고, 명품도 사고, 호텔 같은 집에서 살고, 뭐 그럴 줄 알았다. 그래서 그런 것들을 미리 '연습'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열심히 흉내냈고 눈으로라도 익혀두었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영영 그럴 수 없으리라는 걸 알아채 버렸고 그러고 싶지도 않아졌다. 그냥 가난하게 살면 안되나? 자발적 곤궁. 적당한 물질적 결핍은 다른 것들을 더 풍요하게 해준다. 나는 30만원짜리 똑딱이로, 100만원짜리 DSLR로는 결코 찍을 수 없었을 사진들을 찍고 있다. 우리 꼭 할부 끊어 차 사고, 카드 긁어 명품 사고, 대출 받아 집 사야 하나? 그냥 좀 느리게 걷고, 옷은 동네 어귀 작은 가게서 가끔씩만 사고, 서울 밖으로도 좀 나가 보면 안 되나?

물론 이미 시작돼버린 게임에서 개인이 벗어나기 힘들다는 걸 잘 안다. 굳이 애써 탈피하라 종용하지도 않겠다. 그냥, 내가 그래보니까 참 좋더라고, 그냥 자랑 좀 해보려고. 차나 명품이나 집 같은 걸로는 자랑 못하니까, 나의 이 행복한 자발적 곤궁이나 좀 자랑해 보려고. 매주 서울 왔다갔다 하는 생활이 조금쯤 피곤해도, 나는 여기가 훨씬 좋다고.

양심적 물질거부자? 흐핳. 이런 사이비 짝퉁같은 이름을 붙여보면 어떨까? ㅋㅋㅋ 뭐 난 거부까진 아니라 ㅋㅋㅋ 이렇게 부른다면 좀 허세고, 얼마전 오플린님이 댓글달아 주신 말이 좋아서 늘 생각하고 있다. 자기궤도를 만드는 소행성. 아무리 작아도, 나에겐 나만의 궤도가 있다. 그래야 한다.



이글루스 가든 - 하루한번 정부까는 가든

덧글

  • Weawen 2010/03/23 10:59 # 삭제 답글

    문화란 사람의 여유이고 인생의 즐거움이란 말에 동감입니다.

    대중문화란 커다란 이름으로 사람들의 취향을 한가지 방향으로 바꾸려는게 일반적인 광고의 목적이지요.
    거의 모든 대중매체는 이미 광고를 기반으로 구성되고 있으니까요..
    사람들의 눈높이.. 라는것도 자신이 생각한 것과는 크게 다르게 되어있지만 정작 본인들이 그점을 못느끼게 됩니다.
    돈을 많이 쓰는 문화가 고급문화 라는 것또한 광고가 만들어낸 또다른 낭비의 모습이지요.
    좋다 싫다를 떠나서 문화의 기준이 돈이 되기 시작하면 많이 퇴색한다고 생각됩니다. ^^;

    자신만의 기준으로 자신만의 가치를 부여하면서 자기 방식대로 즐기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가끔 다른 사람과 비교해보면서 돌이켜볼 필요는 있지만
    항상 다른 사람과 살기에는 너무 재미가 없지 않을까요? ㅎㅎ
  • 미운오리 2010/03/23 13:09 #

    정말요. ㅠㅠ 잡지 보는 거 좋아하는데, 가끔씩은 '아 난 이걸 사지 못했으니 이번시즌 유행에 뒤쳐졌군' 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기 어려워요. 대안적 문화라는 것도, 사실 다 그 판에서 만들어지는 게 많더라고요... 뭔가 유니크한 취미를 가진 사람이라고 해도, 잘 보면 또 그런 부류 나름의 전형이 있고. ㅋㅋ
    아, 또 다양성의 문제로 수렴되네요. 모두가 자기만의 궤도를 따랐으면 좋겠어요! ><ㅋㅋ
  • Ruth 2010/03/23 13:18 # 삭제 답글

    와. 정말 공감 많이 가는 글이네요.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는 말이 생각나는군요(이게 어디서 나온거더라;;)
    사실 자기가 진심으로 원하는 거라면야 몇백만원 들여도 문제될거 없지만
    사치품을 사는 심리는 대부분 남들이 이정도 하니까 나도 이정도는 사줘야지 하는 마음에서 산다는 게 문제;;;
    뭐 무소유도 21억원 하는 세상이니까요 ㅋㅋ 저도 슬슬 저만의 궤도를 찾는 중이랍니다. 아 행복해요!
  • 미운오리 2010/03/24 00:58 #

    과시소비, 속물소비가 문제입니다. ㅠㅠ 진짜 원하는 거라면 엄청난 시간과 돈을 들여도 아깝지 않겠지요. 하지만 '남들 눈' 때문에 청춘도 유예하고 대출도 받아야되는 현실은 시궁창 ㅠㅠ ㄲㄲ
  • 오플린 2010/03/24 13:11 # 삭제 답글

    자발적 곤궁.... 권정생, 김종철 선생님이 늘 말씀하신 자발적 가난이 떠오르는군요. 광고 덕분에 그렇게 살기 쉽지 않지만ㅋ. 저도 작년 가울부터 옷을 한벌도 안사는 걸 실험해보고 있습니다....아직까진 해볼만한..책은 그렇게 안되지만 풉........아 그리고 저희 공연은 만오천원밖에 안합니다. 보러 오신다면 초대권도 고민해보겠습니다. 시간 되면 꼭 오세요 하하.

    ps-자기 궤도를 만드는 소행성은 황석영님의 소설 개밥바라기별에 나오는 말입니다. 저도 이게 와 닿아서 계속 떠올리고 있죠.
  • 미운오리 2010/03/24 13:29 #

    맞아요, 저도 김종철 선생님 강연집에서 영향 받은게 있어요ㅋ 사실 고백하자면 저는 어제 옷을 샀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 동네에 새로 생긴 가게 지나가다 꽂혀서요.. 봄이라.. ㅋㅋㅋㅋㅋ 법정스님 책도 사재기했어요... 무소유를 소유하고 싶어서... ㅋㅋㅋㅋㅋ 이런 이율배반, 찔리네요 ㄲㄲ
    공연 보고싶은데! 홈페이지 보니까, 안산에서 하는건가요? 저 얼마전에 그쪽 간적있었는데! ㅋㅋ
    초대만 다니시는것도 같고, 명확하게 어떻게 공연을 하고 있는건지 몰라서~ 알려만 주시면 곧 조직 들어갑니다. ㅋㅋㅋㅋ
    개밥바라기별, 읽어봐야겠네요. 이 말 유행시킬테다. ㅋㅋㅋㅋㅋ
  • 2010/03/24 14:58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미운오리 2010/03/24 22:35 #

    우와, 저 4월 3일에 서울 갈일 있어요!! 타이밍굿 ㅋㅋ안산 한대앞 사는 친한 언니 있는데, 물어봐서 같이 가도록 해볼게요. 확실해 지면 다시 말씀드릴게요!! ㅋㅋㅋ
    조직은.. 너무 많이 기대는 마시고 ㅋㅋㅋㅋ 성공하면 2-4명쯤??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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