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명한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 <스무살, 도쿄>. 하루라도 빨리 탈고하려고 열심히 노트북 앞에 붙박인 생활에서도 굳이 이 책을 골라 읽은 건, 일본 젊은이들의 스무살은 어떤지 궁금해서였다. 결과적으로 요즘 일본의 스무살이라기보다는, 우리 부모 세대의 스무살과도 비슷한 그런, 이제는 50줄에 접어든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었는데, 상당히 재미있어서 작가의 다른 책들도 곧 읽어볼 생각이다.
주인공이 처음 도쿄에 올라와 대입 재수생활을 처음 시작할 당시에는, 너무너무 심심하고 할일이 없다. 주소도 정확히 모르는 고교 동창의 집에 무작정 찾아갔다 발길을 돌리는 일도 생기고. 재수학원에서 여자친구가 생기지 않는 바람에 얼떨결에 그럭저럭한 대학에 들어갔을 정도다. 그러나 대학에 들어간 후, 늘 술이나 마시고 공부는 뒷전이긴 하지만 그래도 수업을 들으려는 생각을 한다. 회사에 다닐 때는, 쓸데없는 용건으로 자꾸만 전화를 거는 친구에게 화를 낼 정도로 바빠진다. 잘 나가는 프리랜서가 된 다음에는, 여자친구와의 기념일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급한 일로 인해 배첼러 파티에도 늦어야 할 지경이 된다. 어쩌면 나이가 든다는 건 바쁘고, 여유가 없고, 쉴 줄을 모르게 된다는 뜻일 거다. 몸값이 비싸지고, 시간당 일해서 벌 수 있는 돈이 늘어날수록 기회비용이 크기 때문이겠지. 그렇다면, 난 절대로 비싸지고 싶지 않다. 잘나가고 싶지 않다.
젊다는 특권. 얼마든지 실패해도 괜찮다는 특권. 김예슬 씨의 자퇴를 두고 나중에 후회할 거란 식으로 비아냥거리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그녀가 후회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또 후회한다 해도 뭐 어떠랴, 하는 입장이다. 그에 대해 나는 영화의 대사를 빌려 '오만하거나 우습거나 성급했다고 해도 우리가 옳다'고 썼는데, 나는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지만 또 옳지 않다고 해도 뭐가 어떠랴, 하는 입장이다. 후회도 하고, 실패도 하고, 틀리기도 하고, 그렇게 사는 게 인생이고, 특히나 젊음의 특권이기도 하고, 결국 그게 다 옳은 게 아닐까. 오쿠다 히데오, 참 옳게 산 사람이더라.
덧글
너무 쉬기만 하면 계속 처지는 성격탓이겠지요... ㅎ
젊다는 특권. ㅎㅎ 멋진 말이고 아직 누릴수 있기에 더 즐겨봐야겠습니다 ^^
가지고 온 책만 열볓번씩 읽고있어요 E-book 은 책같지가 않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