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 인천공항 근처의 한 호텔에서 노트북 두드리고 있는데 뒤죽박죽으로부터 '2010년 결의 충전'을 쓰라는 문자를 받았다.(지금은 강원도 평창에 있는 한 스키 리조트에서 이 글을 쓰고 있는데 저간의 사정은 차후 포스팅하겠다)
생각을 좀 해 봤는데, 솔직히 2010년 결의 따위 없다. 올해 나의 1월 1일은 아무렇지도 않고 특별할 것이라고는 전혀 없는 평범한 '금요일'이었다.(크리스마스도 마찬가지였고. ㅋㅋㅋㅋㅋ) 그래서인지 아무런 새해 결심도 세우지 않고 지나갔다. 보신각에서 화끈한 새해를 맞았던 작년과는 전혀 다르게.
게다가 나는 요즘 김현진의 책을 읽고 있다. 불량소녀 김현진. '파이팅'이라는 말에 몸서리치며 '힘 빼지 말고 살살 버텨라'라는 응원을 전해주는 김현진. 20대 작가의 글을 분석해보는 차원에서 읽기 시작했는데 <당신의 스무살을 사랑하라>를 읽자마자 나는 그녀를 사랑하게 되고 말았다. 글 써서 먹고 사는 삶에 있어서의 내 롤 모델은 지금까지 허지웅 기자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제 그녀의 이름을 추가해야 할 것 같다.
어떤 종류이든간에 연례 계획에 따라 움직이는 직장을 다니고 계시는 분들에게는 이러한 새해 계획이 유용하거나 필요하겠지만, 달력보다는 내 마음 가는 것에 더 집중하고 있는 잉여로운 나의 삶에 있어서는 또 그런 것들이 무용하다. 변이 길었지만, 그래서 새해의 결의 따위는 별로 충전하고 있지 않으며 그러고 싶지도 않다-라는 사설이었다.
'파이팅'이라는 말을 싫어한다는 김현진의 글에 격하게 공감했던 얘기를 더 해보겠다. 힘들 땐 그냥 처져 있고, 슬플 땐 그냥 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 우리는 힘들어 죽겠는데 '파이팅'하고, 슬픈데도 '울지마' 소리를 들어야 되는가. 본질적으로 역동적인 우리네 기질들은 이렇게 진폭을 억압당한다. 난 자유로운 영혼임을 추구하니까, 그런 거 싫다. 내가 기쁠 때는 세상을 다 가진 듯 마음껏 기쁘고 슬플 때도 남의 눈치 안 보고 충분히 슬퍼하고 싶다.
어쨌든 그런 이유로 별다른 '결의'(사실 '별다르다'고 해봤자 연초의 결의란 늘 식상하기 마련이다)는 없고, 작은 소망이나 계획이 있다면 당장에는 국내 여행을 많이 다니고 싶고, 이틀에 한 권씩은 꼭 책을 읽는 것. 상반기 안에는 책을 낼 것이고, 책을 내자마자 벼르던 인도 여행을 떠나고 말 것이다! 자신의 진심과는 상관 없이 다른 사람들 '희망고문'하는 '결의발언'따위는 하지 않겠다. 자, 다음은 누구 차례신가?
- 2010/01/23 10:53
- jamilaswan.egloos.com/3553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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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 2010결의충전
덧글
깜짝놀랬다~ 나도 김현진 책읽어보고 있어~!!!!!
요즘 나름 주목하고 있는 시리즈 'B급연애탈출기'시리즈중 김현진이 쓴 '누구의 연인도 되지마라'를 읽었음. 정말 공감백프로에 김현진을 좋아하게 되었네
나의 '언니'라 부르고 있음 ㅋ 연애지침서라기보다는
자기를 조지는 병에 걸려있는 이십대여성들 심리치유서라는 느낌임.
미운오리도 읽어보면 좋을듯^^
'해야해'라는 것에 매여있는 나를 성숙하고 자유롭게 만드는 것이 참으로 쉽지 않은 요즘임.
그리고 신년결의에 대한 요즘 나의 심정을 시원하게 글로 표현해주어서 참으로 고마움.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