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 참으로 미국적인, 상당히 양심적인 영화 리뷰 - 내 인생의 영화들

얼마 전 강원도 여행을 예정하고 서울에 미리 올라갔다가 갑작스런 폭설로 잉여가 된 일이 있었다. 약속 장소인 동서울역 대신 왕십리 엔터식스에 갇혀서 빈둥댔다. 마침 엔터식스엔 영화관이 있으니, 영화나 보자 하고 러닝타임이 장장 3시간을 자랑하는 <아바타>를 봤다.

영화를 보기 전에 먼저 약간의 시험에 들어야 했는데, 같은 영화가 세 가지로 분류돼 있었다. 3D IMAX 16000원 / 3D 13000원 / 일반 8000원. <아바타>는 꼭 3D로 봐야 하네 어쩌네 하는 소문을 좀 들어온 터였지만 가격의 압박이 있었기에 적당히 절충해서 상영시간이 가장 가까운 3D 일반으로 표를 끊었다.(자동발권기에서 청소년용으로 끊었다나 뭐라나... 먼산) 확실히 더 생동감이 있긴 했는데, 모두 비교해보지 않아서 정확한 체감은 모르겠고.

내 눈에 영화는 서부개척시대의 미국을 우주개척시대의 우주 전체로 무대만 옮겨 놓은 것으로 보였다. '판도라'라는 혼돈의 공간은 아직 원주민을 쓸어버리지 못한 아메리카 대륙의 모습과 유사했다. 제임스 카메룬 감독의 의도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푸른 원숭이(맞는 표현인지 모르겠지만 그 종족 이름을 까먹어서)들의 전통이나 생활방식은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그것과 매우 흡사하다. 외모나 문화, 의복과 장신구 모두 오버랩된다. 아메리고들을 데려다가 피부만 퍼렇게 칠해놓은 것 같다. 자원전쟁이나 군산복합체 같은 얘기들 역시 마찬가지다. 오늘날 지구상에 존재하는 그것들과 같지 않은가. 신문에 보니 미국 공화당에서 군산복합체를 부정적으로 묘사한다며 <아바타>를 비난했다던데 배급사가 폭스라는 것만 빼면 이거 마이클 무어가 만든 건가 의심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아무튼 폭력적이었던 서부개척시대를 반성한 그간의 영화들과 <아바타>가, 피부색 파란 거 빼면 뭐가 다르냐고 의문을 던질 수도 있다. '인간의 과욕으로 자연을 파괴하고 원주민을 학살하지 말찌어다'라는 영화의 주제의식에 있어서도 별반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이 영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은 건 단지 그래픽이 정교하고 구성이 흥미진진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기록영화가 반성을 하게 만든다면 미래를 가상한 이 영화는 경계를 하게 만든다. <아바타>는 과거가 아니라 미래의 분명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조금은 두렵기까지 하다. 과학기술문명이 군산복합체로 표상된 인간의 욕심과 함께 무한증식해간다면 정말 100년쯤 후에는 저런 일이 가능할 수도 있겠구나 싶었기 때문이다. 영화는 개연성 있게 묘사하고 있다.

할리우드 영화의 상상력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됐다. 상상력과 창의력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할리우드는 너무나 정확하게 상상하고, 그럴듯하게 표현해 낸다. 블록버스터란 대개 현란한 방식으로 미래를 상상한다. <터미네이터>, <2012> 등 미래의 디스토피아에 대해 경고하는 영화가 왜 유난히 미국에 많을까? 상상력? 아니면 이것도, 미래를 예측하고 싶은, 지극히 인간중심적이고 미국적인 사고의 발현인가?


※ 이 글은 '언론공공성을 위한 대학생 연대'(cafe.daum.net/stumedia)에서 운영하는 네이버 오픈캐스트 '8딱8딱 캐스트'에 보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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