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에 대하여, 불면의 새벽에 자기탐구일지 2009

내가 부러워하는 인간의 유형이 있다면, '자고 싶을 때 바로 잠들고 일어나고 싶을 때 절로 눈이 떠지는' 사람이다. 그만큼 난 스스로의 수면을 잘 컨트롤하지 못한다.

평소에는 늦잠을 자는 편인데, 오늘은 지나치게 일찍 일어나 버렸다. 꿈이 늘 그렇듯 깨고나면 잊혀지기에 내용은 생각이 안 나지만, 무슨 놀라운 꿈을 꾸다가 퍼뜩 잠에서 깼다. 주변은 아직 깜깜. 이럴 때 드는 생각은 '망했다'다. 예전에는 잠깐 깨도 금세 다시 잠들었는데, 요즘은 워낙 탱자탱자 해서인지 일단 깨면 다시 잠들기 어렵다. 이렇게 문득 눈을 뜬 시간이 새벽 1-2시라면 정말 낭패다. 분명 나는 다시 자지 못 할테고, 내일은 감기약을 먹고 졸려 낮잠을 자게 될 것이고, 결국은 또 새벽 네다섯 시는 되어야 밤잠에 드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될 것이다! 이래서야 기껏 요양 및 휴식을 위해 집에 내려온 보람이 좀 없다. 돈 들여 관리한 피부도 더욱 엉망이 되어 버릴 테다.

다시 잠들려고 애썼지만 정신이 맑은 데다가 자꾸만 원고의 내용에 해당하는 새로운 분석이 떠오르는 바람에 (이런 경우 쓰지 않고는 도저히 다시 잠들 수 없다) 포기하고 노트북을 찾아 켰다. 액정에 표시된 시간은 새벽 4시가 조금 넘어 있다. 다행이다. 이쯤이라면 다시 잠들지 못할지라도 다가올 하루에 지장은 없을 거다. 더구나 어제는 유난히 이르게 특선영화도 포기하고 10시부터 잠들지 않았던가. 다소 안심하며 노트북을 두드려댔다. 한 시간. 당장에 떠오른 아이디어를 다 적어 넣고도 머리가 말똥말똥해 책까지 읽었다. 요즘 계속 팍팍한 책만 읽었으니까, 선물받고도 오랫동안 읽지 못한 가벼운 책 <내 인생의 초콜릿>을 집어 들었다. 또다시 한 시간. 새벽 여섯 시가 넘어가자, 졸리다기보다도 구부정한 자세로 반쯤 누워 책을 읽은 탓에 뒷목이 뻐근해져 와서 다시 취침을 시도하기로 한다. 아직도 날은 어둡다. 여름 같았으면 벌써 해가 떴을 시간인데. 눈을 감고 명상을 해 본다. 잘 때는 아무 생각도 하지 말아야 한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되면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뇌로 피가 모이기 때문에 잠을 쫓게 되거든. 숨을 들이마시는 데 6초, 참는 데 6초, 내쉬는 데 6초씩 걸리는 단전호흡을 실시한다. 머릿속을 비우고 마음을 편안히 하기 위해. 하지만, 오래 가지는 못 한다. 자꾸만 자꾸만 '생각'들이 떠오른다. 나는 실용주의자가 아니므로 머릿속에 비선형적으로 출몰하는 생각들을 '쓸모 있음'과 '쓸모 없음'이라는 딱지를 붙여 구분하고 싶지는 않은데, 자고 싶을 때 떠올라 수면을 방해하는 이 모든 생각들은 다 '쓸모 없'다고 생각한다!

결국 내 생각이 나를 이겼다. 한 시간을 뒤척인 끝에 자리를 걷고 일어섰다. 이미 전기밥솥은 아빠의 출근을 위한 새벽밥을 알아서 다 지었고, 엄마가 나와서 밥을 확인하고, 아빠가 나와서 현관 밖의 신문을 가져가는 소리가 난 뒤다. 컴퓨터의 전원을 넣고 주방 창 밖으로 거리를 내다보니, 아직 어둑한 거리에는 간밤에 쌓인 눈이 새하얗다.(물론 가까이서 본다면 회색이겠지만) 정확히 말해 눈이 누워 있는 바닥은 길거리는 아니다. 새벽녘에 누군가가 열심히 치웠을 테니까. 도로의 중앙분리대에, 도랑 근처에, 누렇게 시들어빠진 잔디 위에 그렇게 눈이 뭉쳐 있다.

엄마아빠는 웬 일로 이렇게 일찍 일어났냐며 당연한 놀라움을 표시한다. 몇 년 만에, 아빠와 함께 아침을 먹고 엄마와 <아침마당>을 봐야지. 이따가는 병원에 가서 감기약과 함께 수면유도제를 처방받아 와야겠다. 도저히 오지 않는 잠을 어떻게든 자보려고 노력하는 불면의 밤에는 사실 낭만보다는 고통이 많기 때문이다. 화학적인 도움이 필요하다!

덧글

  • 정지윤 2009/12/28 10:07 # 삭제 답글

    오.ㅋㅋㅋㅋ내가 언니가 부러워하는유형의인간이구낰ㅋㅋ나는 잠의 토탈콘트롤.ㅋㅋ 언제나 자고일어날수있어.ㅋㅋ조금잤다고 후유증도 적고. 수면유도제;? 수면제랑 다름?
  • 미운오리 2009/12/28 13:44 #

    캐부러워 ㄲㄲ 일종의 수면제인데 수면을 유도하기만 하는 거라서 부작용이 적대. 수능 볼 때 먹기 시작했지 ㄲㄲ 스트레스 받으면 잠을 못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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