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미건조. 시험의 관성 자기탐구일지 2009

1.
시험 때문에 나름 집중해서 공부하다가 느낀 건데,
주입식 교육은 사람을 무미건조하게 만든다.

인터넷방송에서 시작해서 디엠비아이피티비디지털방송의산업동향과정책방향이 어쩌구,
엄청난 양의 보고서들과 정책자료들을 훑으며 대뇌피질에 잔뜩 주름이 잡히는 걸 느끼는 동안,
문득 내 이마에도 그만큼의 주름이 져 있다는 걸 깨달았다.
단기간 내에 많은 것을 외울 수 있도록, 잔뜩 인상을 쓰고 그저 정보를 쑤셔넣는 동안 표정은 굳어간다.
순간순간 의식적으로 표정을 펴 본다. 하지만 오래 가진 않는다.


2.
공부를 하고는 있는데, 사실 왜 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일단 당장 나에게 가장 와닿는 이유는 장학금이다.
오늘 학생서비스센터에 전화를 걸어 장기간 휴학을 해도 장학금이 이월된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니,
왠지 공부가 더 잘 되는 느낌이다.
그게 아니라면 그냥 우월감이나 성취감 때문인 것 같다.
시험은 '원래 잘 봐야 되는 것'이라는 관성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뭔가 의심이나 지체 없이 지속하게 하는 동력이 되는 이유는 없다.
데드라인의 압박이 싫어서 괜히 현실도피 하는 건지도 모르지만.
시험 전날이란 '원래 공부하기 싫은 날'이라는 관성인가.


3.
글을 쓰면서 한 귀로 들은 뉴스에서는 해직교사 관련 보도가 났다.
학생들에게 일제고사 대신 체험학습을 하게 한 이유로 해직된 선생님들이다.
그 선생님들은 아이들에게 너무 빨리 무미건조한 시험의 관성을 가르치고 싶지 않았을 뿐인데.
무미건조한 하루였지만 눈가가 조금 시큰해졌다.


4.
10시에 중앙도서관이 닫은 뒤, 오랜만에 찾은 24시간 열람실에는
고시생들을 위한 '시험전용 열람실'이 생겨 있었다.
다른 곳은 자리가 전혀 없어서 그냥 그 열람실 빈 자리에서 공부를 했는데,
언제부터 도서관이 독서가 아닌 '고시공부'를 위한 공간인지 궁금해졌다. '열람'은 책 보라는 얘기 아닌가.
물론 책도 읽고 공부도 할 수 있지만, 본질은 독서야 돼야 하지 않나 싶다.
지나친 공간을 고시생들에 할당한 게 아닌가 싶었다. 학교 입장으로서는 현수막 걸고 싶으니까 당연한 일이겠지만.

하지만 언제부터 '독서'가 '공부'와 다른 말이 됐는지, 또한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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