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등감? 질투? 인생에 정답은 없겠지만 그래도 알고싶다. 자기탐구일지 2009

요며칠 우울해서 별 쑈를 다했다. 한시간이 넘게 무작정 서울 도심을 걷는다거나, 한강에 가서 혼자 술을 마시면서 노래를 부른다거나, 왈칵 눈물을 쏟는다거나, 열시간이 넘도록 잠만 무지무지 자버린다거나. 오늘 저녁만 해도 이사람 저사람과 일차 이차에 걸쳐 어지간히도 술을 들이키며 지껄여대고 들어온 참이다.

나의 이 우울의 이유는 무엇인가. 뭐, 세상사가 늘 그렇고 인간사가 늘 그렇듯 복합적일 것이다. 나는 아직 턱없이 철이 덜 든 스무살인데다가, 시험기간은 다가오지만 공부는 손에 안잡히는데다가, 갑작스레 준비하게 된 새로운 인생의 여정에 대해 부모님은 걱정하고 스스로도 갈등투성이인데다가, 오늘 아침 괜히 신문은 사가지고 또다시 어이없는 뉴스에 실소와 냉소를 금치 못하는 것이라든가. 하지만 아마도 주된 줄기는 '열등감' 때문인 것 같다.

토요일. 쌈싸페에 갔다. 두번 다시 오지 않으리라 주먹 불끈 쥐게 만들었던 공연 전반에 대한 평은 차치하고, 그곳에서 배포된 스트리트패션잡지라는 '크래커(cracker your wardrobe)'지가 화근이었다.

잡지를 즐겨 읽기 때문에 크래커지도 편안히 펼쳐 들었다. 화보 위주의 잡지였다. 그런데 젠장, 너무나 매력적인 이들의 모습에 질투가 났다. 십대특집 'Cracker 10's Wardrobe'. 화가 났다. 왜 나는 십대 때 이러지 못했나. 아련한 회한이 아니라 부러움과 열등감이었다. 그건 아마 내가 아직은 만 나이로 따지면 어떻게 우겨 십대라고 말할 수도 있는 스무살이기 때문일거다. 그들이 내 또래이기 때문에, 그래서 더 미운 것일테다.

그들은 십대다. 하지만 주관이 뚜렷하다.(나는 십대 때, 아니 혹은 지금도 주관보다는 팔랑귀에 의존하는데) 그들은 내가 그랬듯이 어른들에 의해 주어진 것들(이를테면 공부)을 성실하게 수행하기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고자 한다. 그리고 거기에 최선을 다한다. 그들의 선택이 그들에게 (부모님들이 원하시는) 안정적인 직장이나 편안한 삶을 보장해주지는 않을지라도 어쨌든 나는 그들이 결코 후회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스스로의 선택에 100% 책임을 지지는 못할지라도(그들은 아직 어리니까) 최소한 이 제도권 안의 수많은 못난이들처럼 부모님을 원망하지는 않을 거다.
그들 중 몇몇은 학교를 그만뒀다고 말했다. 나는 십대 때 그런 이들을 어쩌면 무시했고 어쩌면 경멸했다. 아니, 최소한 고등학교는 마저 다녀야지! 하지만 이제서야 그러지 않는 삶도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이 충분히 훌륭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기 때문에, 그래서 그들이 부러워 미치겠다. 자신의 꿈을 향해, 혹은 자신의 행복을 위해 그들은 세상이 그들에게 씌우는 굴레를 벗어던진 것이다. 또한 그들 중 몇명은 부모님과 떨어져 서울생활을 한다. 나도 나름 고등학교 때부터 혼자 살았다고, 독립적인 편이라고 말하고 다니지만 그들 가운데 서면 턱없이 위축될 게 분명하다. 정확히 말해 모든 걸 혼자 해낸 것도 아닌 주제에 그 삼년간 어지간히도 징징댔고 어지간히도 엄마를 괴롭혔다. 성숙한 십대 후반의 태도는 아니었다, 분명. 그리고 가족과 떨어져 산지 햇수로 5년째 되는 가을, 외로움에 치를 떨며 몽상의 극치를 달리는 지금 십대와 이십대 사이에 걸친 나의 모습을 볼 때 나는 결코 멋진 '성인'이 못 된다.

매체란 충분히 왜곡이나 도색이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실제 물리적으로 접할 수 있는 그들의 모습과 인터뷰 내용 사이에는 아마 어느 정도 간극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분명히 나도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고 가치가 있고 남들이 부러워할 무언가를 가지고 있는 인간이기 때문에 무조건 열등감에 휘말리는 것도 정신건강에 좋지 않을 것이다. pursuit of dreams, pursuit of happiness. 누군가 내게 이 두 가지를 잘 알고 있다고 말해준 적이 있다. 하지만 모르겠다. 내가 되고 싶은 게 뭔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 무엇이 나의 행복인지. 너무나 많은 선택지가 있다. 하지만 전부 다 마킹하면 오답이다. 나는 무얼 골라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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