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장? 경찰장? 추모객은 폭도가 아니다. 자기탐구일지 2009

    영결식에 다녀왔다. 꽤나 울었더니 충혈된 눈은 따끔거리고 머리도 지끈지끈 아프다. 10시부터 4시까지, 광화문에서 시청, 숭례문, 서울역을 거쳐 학교까지 거의 6시간을 내내 서있거나 걸었더니 다리도 퉁퉁 붓고 검은 구두를 신었던 발에는 물집이 잡혔다. 선크림을 바르긴 했지만 예상보다 훨씬 더 오래 밖에 있었던 고로, 해수욕장이라도 다녀온 것처럼 팔이며 얼굴이 빨갛고 까맣게 그슬렸다. 이렇게 육체적으로 힘들었지만, 이 모든 것들은 조금 쉬면 괜찮아질 거다. 정말로 견디기 힘든 건 현실이다. 하룻밤의 숙면으로 해결할 수 없는, 길면 3년 최소 총선까지 2년을 견뎌야 하는 현실 상황의 찌질함.
    오늘 자정 공식 국민장 기간이 지나면 그나마 자중하는 듯 보이던(영결식장에서 폭소 대신 미소를 보이는 굉장한 자제력과 예의범절을 나타냈으니) 이 빌어먹을 2MB 대통령'가카'께서 또 우리 국민을 어떻게 모욕할지 눈에 선하다. 촛불경제위기론은 추모객경제위기론으로, 결국은 고인에 대한 모욕으로까지 진화할지 모른다. 이제는 집에 들어가라는 둥, 할만큼 했다는 둥, 또 북한이 어떻다는 둥... 우리나라가 참 살기좋은 나라라고 느낀 적은 많이 없었지만 요즘처럼 하수상한 건 또 오랜만인 것 같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 하나만으로도 주요일간지의 30페이지 지면이 꽉꽉 채워지는데 거기다 북핵문제와 신종플루 등 굵직굵직한 뉴스거리들이 포진했다. 기자들 바쁘겠다. 이와중에 '이거니' 삼성공화국의 제왕은 무혐의 선고를 받았고, 고대녀 김지윤이 잡혀갔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 과정에 대한 의혹이 풀리지 않음에 따라 타살설은 전혀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모든 게 의문 투성이다. '이명박의 모든 권력은 거짓으로부터 나온다'라는 노래 가사에 참으로 부합하게도 이 정권은 도대체 뭐하나 명료하게 밝히는 게 없다. 모든게 밀실에서 이뤄지는 '대외비'다. 그놈의 안보니 국익이니 규정이니 지껄이면서, 굳이 숨기지 않아도 좋을 것 같은 사실관계까지 왜곡한다. 도무지 국민의 알권리란 존중되지 않는다.
    영결식장에서 크게 느낀 게 두 가지였는데 하나는 '노무현 지못미'였고 다른 하나는 '이명박은 답이 없다'였다. 광화문네거리와 시청앞과 덕수궁앞까지. 내눈으론 못봤지만 경복궁과 숭례문까지도 인파가 들어찼다는데, 온통 노랗고 검은 물결이었다. 노무현이 무슨 아이돌스타라도 되는 양 모두가 깔맞춘 풍선과 햇볕가리개를 손에 들었다. 만시지탄이다. 국민 열 명 중 한 명 이상은 분향소를 찾았다고 하는데. 차라리 그가 재임할 때 더 지지해주고, 살아 있을 때 더 믿어줄 걸. 당연한 진리지만, 있을 때 더 잘했어야 했는데. 사랑합니다. 미안합니다. 당신은 영원한 우리 마음 속 대통령입니다.
    그런데 이런 애처로운 추모인파가 폭도로 변질될 것을 우려한 명박가카께서 친히 상복처럼 새까만 진압복차림의 전경(제복 입은 의경이 아니란 말이다) 부대를 투입하사 광화문 일대에서는 꽤나 신경전이 일었다. 국민장이라고 해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참여했더니만 이건 뭐 국민보다 경찰이 더 많은 거 같기도 하고, 치사하게도 경찰만 영구차 잘 보려고 하는지 맨 앞줄 다 차지하고. 차라리 이건 경찰장이 아닌가. 영구차가 지나가야 하니까 도로를 확보하는 것은 이해한다. 그런데 굳이 그렇게 거북이 등껍질 뒤집어 쓴거같은 새까만 전경들을 시민들에게 위화감과 불편을 주면서 세줄씩 늘어세워야 했을까. 결과적으로 폴리스 라인과 의경들만으로도 영구차 행진에는 지장이 없이 진행되었지 않았나. 헬멧과 방패가 필요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맨 앞줄에 있던 나는 보았다. 전경들도 눈물을 훔치는 걸.
    게다가 더 어이없고 우려되는 건 KBS1에 생중계된 화면에는 이런 전경과 시민들의 실랑이가 전혀 나가지 않았다는 거다. 초상집에 경찰병력을 끌어들였다는 비난을 감수하기 싫었을 거다. 참여 시민 수도 15만 명이라는 개소리를 지껄였다. 시청광장만 해도 수용인원이 10만이다. 광장이 꽉 찬건 물론이고 경복궁에서 숭례문까지였다니까? 내 눈에도 50만은 족히 돼보였다. KBS는 이제 완연히 어용의 길을 걷는 것 같다. KBS카메라가 나타나면 시민들의 야유도 꽤나 심하다. 쥐새끼 얼굴도 화면에 자주 잡혀서 어지간히 성가셨다. 이명박이 헌화할 때 시민들은 야유와 욕설을 퍼붓고 등을 돌렸다. 나도 등을 돌렸다. 더러워서 볼 수 없었다. 참았던 눈물이 그제서 흘렀다. 슬프고 억울하다. 님은 이렇게 가셨는데 이런 친일파 일본원숭이 같은 섀키가 여유로이 미소나 지으면서 고상하게 헌화 씩이나. 국화값이 아깝다. 더럽다. 이명박은 정말로 답이 없다.
    추모객은 폭도가 아니다. 솔직히 나는 지금같은 시국에서 암살이나 테러나 방화가 일어나지 않는 대한민국이 참으로도 이성적이고 평온한 나라라고 생각한다. 정권은 참 이런 데만 겁이 많다. 민생파탄 법안 수십개씩 날치기 처리하는 데는 주저하지 않으면서. 씹새끼들. 욕설이 절로 나온다. 나도 욕좀 끊고 정치에 대한 고뇌도 좀 덜하고 평화롭고 고상하게 살고자 했단 말이다. 내 고운 입을 돌리도. 경찰이여, 추모객을 '통제'하려 하지 마라. 여느 서민 집안의 장례처럼, 슬픔에 겨운 추모객들이 고인에 대한 추억에 잠겨 마음껏 떠들고 술잔 기울이고 그렇게 시끌벅적 문상하게 우리를 제발 좀 내버려 두라.
    지금쯤 화장을 마친 고인의 유해는 봉하마을을 향해 돌아가고 있을 것이다. 정치 없는 곳으로, 다툼 없는 곳으로 가시길. 다음 생에는 다시는 대통령 같은 것 하지 말고 손녀딸과 자전거 타고 논두렁 거닐며 그렇게 평온히 사시길. 49재 때는 봉하에서 뵙겠습니다. 내 마음 속 영원한 그리고 유일한 대통령이신 노무현 아저씨.

덧글

  • 박근아 2009/05/29 22:18 # 삭제 답글

    잘 읽었어 솔희야;; 나도 그의 재임시절엔 그가 싫었는데 - 정확히 일주일 전에 거짓말 같은 소식 듣고 어안이 벙벙하고 지금도 무의식적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소식을 찾고 있고 멍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건. 그만큼...........
    49제때에는 나도 같이 가자;;;
  • 치우 2010/01/29 20:55 # 삭제 답글

    자살해서 불쌍해보이는거지 ㅉㅉ 뇌물현 재임시절은 정말 생각하기도 싫다
댓글 입력 영역


통계 위젯 (화이트)

612
57
487525

교환학생 완전정복